Lee Bae
The streams rise in the firmament
하늘로 흐르는 강
September 12, 2014 – January 25, 2015
Daegu Art Museum
40 Misulgwan-ro, Gosan 2(i)-dong, Suseong-gu, Daegu,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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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청도 출신으로 파리에 거주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해 온 작가 이배(1956~)의 개인전입니다. 전시 제목 < 하늘로 흐르는 강 >은 보들레르의 시 <풍경>의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배는 30년 가까이 숯을 재료로 드로잉, 캔버스, 설치 작업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해오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왔습니다. 작가가 그토록 오랜 시간 숯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숯은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의 생활에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특히 예술적인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미술가들이 숯을 재료로 삼게 된 데는 숯이 지니는 깨끗함, 영원함, 시간에 대한 상징성 등에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가 숯을 고집해 온 이유는 숯이 지니는 그 탁월하고 변화무쌍한 질감이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가능하게 하고, 흑(黑)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발현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에게 숯은 단순한 작품 재료를 넘어 작업의 본질로 여겨지며 결국 작가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정체성을 담보하는 매개물인 셈입니다.
이배는 도불 직후, 1990년대에는 주로 캔버스 작업에 매진하였으며, 그 주된 테마는 인체였습니다. 작가에게 인체는 생명력으로 가득 찬 대상으로서, 작가는 그것을 단순한 형태로 묘사하되 매우 밀도 높은 존재감을 표현해 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최근 캔버스 작품들은 ‘흰 바탕에 숯으로 그린 기호와 같은 추상적인 형태’라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는 동양의 서예와 같이 내면의 풍경을 절제와 생략을 통해 검은 형태로 그리고, 그 위에 은은한 광택을 발하는 매재(媒材)를 여러 번 도포하여 배경의 미색 공간에 검은 형태들이 부유하는 듯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시각효과를 표현합니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동양적 미감을 지니되 현대적인 조형감각을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는2000년대 이후부터 높이2-3미터 규모의 거대한 숯 덩어리들을 전시 공간에 설치하거나 비교적 작은 크기의 수많은 숯 조각들을 벽면에 구성함으로써 그의 관심을2차원에서3차원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보다 심도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작가는 감상자들의 공감대를 넓히며, 더욱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숯이라는 자연의 물질 그 자체와 인간 혹은 문명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까지 평면 회화, 데생, 설치 작품 등 약30여 점으로 구성됩니다.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여러 개의 공간에 시기와 테마, 형식을 구분하여 설치되며, 특히 공간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해석과 감각이 한 층 돋보이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숯울 매개로 독특하고도 명상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게 될 이번 전시는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입니다.